한국의 선거 구도는 언제나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으로 나눠진다.
주변에 서울시민 및 경기도민들만 봐도
역시 젊은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한나라당 비토층이긴 한데,
선거 얘기하면 나오는 이름들이
온통
한명숙 한명숙 한명숙
유시민 유시민 유시민 뿐이다.
노회찬, 심상정은? 훌륭한 후보들이지만, 사표 될까봐 못 찍어주겠어.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다.
소위 민주대연합이라 불리는 반한나라당 전선의 결집이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는
최장집 선생과 같은 훌륭한 지식인들이 많이 지적하고 있으니 일단 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이 구도가 결국 '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거다.
투표를 아예 하지 않는 무관심층을 일단 제외한 상태에서
한국의 유권자 지형을 거칠게 분류해보면
1. 무슨 일이 있어도 한나라당을 찍는 40%의 유권자
2. 무슨 일이 있어도 한나라당은 안 찍는 30%의 유권자
3. 선거 때마다 마음이 바뀌는 30%의 중도-무당파 성향 유권자
로 나눌 수 있다.
%의 비중을 보면 알겠지만 이 구도는 결국 필패다.
한나라당 비토층이 한나라당 지지층보다 수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처럼 반MB정서나 한나라당 비토층이 결집하고,
정부 여당이 태생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중간선거'에서는
야권이 일시적인 승리를 거둘 여지가 많지만,
이대로 가면 결국 보수 우위의 정치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팽배하다.
1)
차떼기와 탄핵 역풍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한나라당이 2004년 총선에서
몇 %의 비례대표 득표를 했는지 아는가?
35.7%
2)
97년 대선
DJP 연합과 이인제의 경선 불복종, 외환위기와 같은 최악의 선거 여건 속에서
당시 이회창이 몇 %의 득표를 했는지 아는가?
38.7%다 38.7%
3)
2002년 대선
역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병역 비리 의혹, 행정수도 이전 문제, 촛불 시위와 같은 지속적인 악재를 뚫고
당시 이회창이 몇 %의 득표를 했나?
46.6%
이게 한나라당이다.
개혁진영이 승리한 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은 모두 '비정상적인 구도' 속에서 치뤄줬다.
DJP 연합, 노-정 단일화, 탄핵 역풍처럼 선거 구도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외부 요인이 부재한 상태에서,
개혁진영이 한나라당에 승리를 거둔 적이 있는가? 없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힘이다.
반한나라당 전선은 결코 보수 우위의 한국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없다.
선거 승리의 핵심 요소인 "다수자 정치연합"을 구성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수자 정치연합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가 지적하다시피
현실을 교차하는 수많은 갈등과 균열의 구조 속에서
사회의 지배적 균열을 반영하는 중심적 갈등을
제도정치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에서 그 중심적 갈등이란,
바로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말한다.
고통받는 대중의 사회경제적 요구가 정치의 공간에서 대표되지 않는 이상,
진보-개혁진영이 "다수자 정치연합"을 안정적으로 구성할 일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다.
언제까지 낡아빠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재현할 셈인가.
대중의 관심은 이미 사회경제적 문제로 옮아간 마당에
흘러간 옛 노래를 다시 읊으면서 과거의 구도를 재현하려는 노력은
명백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진보-개혁진영이 사회경제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선거 국면에 동원하여
다수자 정치연합을 형성하고 정치 구도 자체를 획기적으로 재편할 때만이
진보개혁진영에 비로소 희망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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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23 반한나라당 정서